예화자료

[감동예화] 김이 나는 운동화

'코이네' 2014. 5. 9. 14:38

감동예화, 아버지의 정을 느끼게 한 김 나는 운동화



어려웠던 시절.
여러 형제들 중에 자라던 저희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님의 사업 실패로 시골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말은 고향이라고 하지만 낯 설은 환경. 손에 익지 않는 농사일, 그리고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에 잘 섞이지 못하고 물과 기름 같았던 친구들.. 

이런 모든 것이 다 불편한 일이지만 그 중에 가장 불편한 것은 구멍난 신발이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 밖에 신발을 사 주지 않았기에 새 신을 신는 것이 소원 중에 소원이었습니다.


구멍난 신발은 비가 오는 날에는 학교에 가기 싫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시골이라 해도 구멍난 신발을 신고 다니는 학생은 나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복도를 걸어가면 내 발자국이 났고 친구들은 그 발자국을 따라 오면서 니 오줌쌌나? 놀려대곤 했습니다.

그 언젠가 그 전날부터 내리는 비가 그치지 않고 비가 계속되던 날이었습니다.

그 전날 밤 나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운동화 좀 사도."
 

엄마는 말했습니다.

"이번 달만 지나면 내 틀림없이 니 운동화 사줄꾸마!"
 

나는 다시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다음 달에 사준다카던 것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는데,., 오늘 운동화 안 사주면 나 밥 안 먹을끼다."

엄마는 눈을 치켜 뜨면서 소리치셨습니다.
 
"니 퍼뜩 밥 안묵나.. 이 몬난 자슥같으니라고 .. 빨리 밥 묵으라"


밥상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는 슬쩍 돌아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셨습니다.

그날 밤 새 운동화를 신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고 아침에도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원래 몸체의 바닥이 어느 색인지 모를 정도로 기워진 양말을 찾아 신고 가기 싫은 학교에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어제 젖어 있는 신발을 벗어 놓은 그곳에는 김나는 운동화가 놓여 있었습니다.

새 신을 사 줄 수 없는 아버지는 밤새 부뚜막에 불을 때서 젖은 운동화를 말려 주셨던 것입니다. 김나는 운동화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내 등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 다음달에는 꼭 니 새신 사줄꾸마. 조금만 더 참그라"

가슴에 안아보았던 그 운동화의 따뜻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렇게 따뜻한 신발을 신어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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