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자료

장애인용 구두 5만켤레 만든 남궁정부씨의 인생

'코이네' 2014. 11. 27. 14:28

남궁정부, 장애인들의 고통을 감싸주는 5만 켤레의 구두들

 

열두 살 때부터 40여 년 동안 수제화를 만들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말았다. 1995년 지하철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한평생 구두장이로 살아오다가 쉰여섯에 장애인이 된 것이다. 수렁 속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를 때 그에게 단 한 줄의 불빛을 가져다준 것은 바로 ‘장애인용 구두’이다. 그는 왼손으로 장애인용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많은 발장애인인 사람들의 발에 대하여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대학 교수들을 찾아다니고, 짧은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외국 책을 구해 읽으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구두 만드는 것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만든 장애인용 구두는 무려 5만여 켤레이다.

 

“생전 처음 왼손으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옷이고 나서 손인 후에 모두 본드투성이였어요. 왼손을 자유자재로 놀릴 수 있게 되기까지 4~5년 걸렸죠.”

 

남궁정부 소장은 맨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정 신발을 만들었다. 그 당시 모두 세 사람이 일했고, 열심히 일했지만 일주일에 고작 신발 2~3켤레 만드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당뇨 신발, 소아마비 보조 신발. 무지외반용 신발, 맞춤형 신발, 의족용 신발, 평발용 신발과 깔창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직원도 15명으로 늘었다. 신발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므로 생산량은 많지 않다.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린다.

 

“장애인 구두를 만들고 처음 2년 동안은 돈을 못 벌었어요. 벌지는 못하고 쓰기만 했죠. 아내가 밖에 나가 벌어온 돈, 남한테 빌려온 돈으로 내 뒷바라지를 해줬어요. 그러다 결국 이혼하자는 말까지 나왔죠. 가만 생각해보니 직원들 월급 제대로 준 게 5년밖에 안 됐네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남궁정부 소장의 대답은 단호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 원래부터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서는 장애인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렸기 때문이리라.

 

남궁정부

남궁정부 소장이 만든 장애인 구두는 무려 5만 켤레를 웃돈다. 그 구두의 주인공을 모두 기억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왼발은 발목이 두껍고, 오른발은 7cm나 짧던 한 여성을 떠올렸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보이던 그녀에게 구두 값을 받은 게 잘못이었다.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에 그녀가 집 안에서 신을 수 있는 실내화, 여름에 신어도 덥지 않은 신발 등을 만들어 보내주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그녀의 친정 엄마가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고.

 

40년 넘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던 여자가 구두를 신고 언니와 함께 산책할 수도 있게 된 경우도 있었다. 결혼식을 앞둔 장애인 신부의 구두를 만들었던 일, 발에 맞는 신발이 없어 천조각으로 발을 감싼 채 맨땅을 걸어 다녀야 했던 사람에게 구두를 마련해준 것도 기억 저편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남궁정부 소장의 막내아들 남궁한협씨(36)가 아버지와 같이 일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던 남궁한협씨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장애인을 위한 구두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

 

2007년 4월 22일부터 장애인을 위한 구두 구입에 의료보험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35~40만원 하는 구두 한 켤레를 사면 기준가의 80%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구두의 기준가가 22만원이니 사람들은 17만6천원을 환급받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가가 턱없이 낮은 게 문제다. 기준가가 더 높게 책정돼야 장애인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혜택도 한 사람당, 2년에 한 번뿐이다. 장애인들은 신발을 한번 구입해서 2년 동안 신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일을 같이 할 수는 없으니 우선은 두 가지에만 집중할 예정이란다.

 

“먼저 장애인 구두 만드는 기술자를 키우는 양성소를 만드는 일이에요. 이왕이면 장애인이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현재 우리 공장에도 장애인 네 분이 일하고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라면 장애인이 배우면서 머물 기숙사가 필요해요. 불편한 몸으로 매일 출퇴근하기게 되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각 도마다 지점이 한 군데씩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지방에 사시는 분에게도 A/S를 빠른 속도로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by 코이네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