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자료

쓸모 없다 생각한 알프스 산맥의 개천지기

'코이네' 2017. 12. 31. 09:32

알프스 산 동쪽 기슭, 한 오스트리아의 마을에 개천지기가 있었습니다.

여러 해 전에 마을 시의회에서는 마을 앞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개천과 산 위 웅덩이를 더럽히는 찌꺼기를 치우도록 하기 위해서 한 나이든 일꾼을 고용했던 것입니다.

 

그 개천지기는 말없이 성실하게 산기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였습니다. 이파리들과 가지들을 줍고, 물을 오염시키는 것들을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마을로 흘러들어오는 개천물은 언제나 깨끗했고, 마을 앞 호수는 언제나 맑았습니다. 우아한 자태의 백조들이 청결한 개천 위와 수정같이 맑은 호수 위에 떠다니고, 물가에 위치한 물레방아는 밤낮으로 돌았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 마을을 찾는 휴양객들은 점점 더 늘어갔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시의회는 일 년마다 열리는 정기총회를 위해서 모였습니다.

예산을 검토하던 중 한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은 개천지기에게 지불되고 있던 항목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노인이 하는 일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봉급을 줘야하죠? 그가 무엇을 하는 거죠? 내가 보기에 그는 다만 산 속을 이리저리 순찰하고 다니는데 그것이 우리 마을에 무슨 유익이 있는 거죠? 우리는 더 이상 이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개천지기 노인을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변함없이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듯이 보였습니다.

여전히 물레방아는 잘 돌아갔고, 식당들은 관광객으로 인해 번성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습니다. 단풍잎이 떨어지고, 작은 가지들이 부러져 웅덩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원활하게 흐르던 물이 고이게 되어 서서히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개천의 물빛이 엷은 황갈색에서 점점 검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물은 오염되어 끈적끈적해져 갔습니다.

물레방아는 서서히 돌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완전히 멈춰 버렸습니다.

백조도 관광객도 다 떠나 버렸습니다.

 

당황한 마을 지도자들은 곧 특별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중대한 실수를 인식한 그들은 예전의 그 개천지기를 다시 고용했습니다.

개천지기는 다시 정기적으로 개천을 순회하면서 돌보았습니다.

그러자 강은 서서히 생명력을 회복해 갔습니다.

물레방아는 다시 돌기 시작했고, 백조도 관광객들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by 코이네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