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여호수아

[수14:6] 갈렙 _김낙춘목사

'코이네' 2022. 2. 11. 12:11

갈 렙

본문 : 수 14:6-12
설교 : 김낙춘 목사

 


몇 달 전 어떤 신문에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각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37명에 대해서 [밖에서 뛴다]는 주제로 연재물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노란 피부와 못생긴 얼굴로 때로는 눈에 보이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하는 유무형의 여러 차별과 장애들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것은 본인들에게도 여간 자랑스런 일이 아니겠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기자가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종교나 신앙상태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몇몇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아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뉴욕 금융계에서 94년부터 거액 투자가들의 돈을 대신 투자해 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진(50)사장도 그 중에 한 사람입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공부하고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 일급투자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 그에게 "성공의 비결이 뭐냐"고 질문하면 "젊은 시절 잠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미쳤을 때, 아내가 읽어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3)'는 성경구절이 제 정신을 맑게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10년쯤 뒤에는 돈버는 것을 그만두고 의사인 아내와 함께 한국인 선교사로서 전도와 의료봉사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사업에 성공하였을 뿐아니라, 신앙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사업가로 성공했는데 신앙에도 성공하고, 예술가로 성공했는데 신앙에도 성공하고, 학자로 성공했는데 신앙에도 성공하고, 정치가로 성공했는데 신앙에도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차별과 온갖 장애가 많은 남의 나라에서는 더욱 힘듭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사람이 오늘 말씀에도 등장합니다. 갈렙입니다. 갈렙은 개(dog)라는 뜻인데 그는 원래 유대인이 아닙니다. 6절을 보면 그를 그니스 사람이라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그의 조상이 그니스 족속,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살려두지 말라고 명령하셨던 가나안 땅에 살았던 족속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창 15장).
이런 그가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알 수 없습니다만, 갈렙의 아버지는 유대 사회에서 유대인처럼 인정을 받으며 살았고 더 나아가 갈렙은 이스라엘이 가데스 바네아에 와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해서 각 지파별로 대표를 뽑았을 때 유대 지파의 대표로 뽑혔습니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 일했던 여호수아도 정탐꾼 중에 있었던 것을 보면, 정탐꾼은 아무나 뽑는 것이 아니라 비중 있는 인물들을 뽑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정탐꾼이 배신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중요한 일에, 훗날 다윗과 솔로몬 등 이스라엘의 왕들을 배출하고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였던 요셉이 속했던 유대지파 대표로 갈렙이 뽑힌 것입니다. 이것은 갈렙이 외국인의 후세로서 유대공동체에서 얼마나 큰 인정을 받았는가를 보여주고 있고, 오늘날로 말하자면 성공한 외국인 후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렙은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성공했다는 것이 성경에 기록돼 있습니다. 그의 신앙은 가나안 땅을 정탐한 후 보고하는 데서 잘 나타납니다. 각 지파를 대표한 12명이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와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10명은 땅이 기름지고 좋기는 한데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 사람들과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고 보고하였고 그러자 백성들이 두려움 때문에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갈렙은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고 말하면서 두려워하는 백성들을 격려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10명이 또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다(민13:31-33)"고 말하자 이스라엘 백성들이 흥분하여 밤새도록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했습니다. "애굽에서 왜 우리를 이끌어냈느냐? 왜 하나님은 우리를 가나안 땅 사람들의 칼에 죽게 하려하느냐? 차라리 애굽에서 죽는 것이 나았을 것을, 차라리 광야에서 죽는 것이 나았을 것을..." 이들은 하나님까지 원망했습니다.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 모세와 아론 대신 새로운 지도자를 세워서 애굽으로 돌아가자" 12명 중 10명이 비관적으로 보고하니까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기세가 거세지자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엎드렸습니다. 이때 다시 여호수아와 갈렙이 옷을 찢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두루 다니며 탐지한 땅은 심히 아름다운 땅이라.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오직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 밥이라.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 말라." 이렇게 하자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 사람을 돌로 치려고 했습니다. 이때 하나님의 영광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나타나셔서 이들이 죽임당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날에 부정적으로 보고했던 10명은 하나님의 재앙으로 죽고 말았고 또 하나님을 원망하고 모세와 아론을 원망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38년 동안, 애굽에서 나온 것부터 계산하면 40년 동안 광야에서 헤매는 동안, 애굽에서 나올 때 20세 이상 된 사람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다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갈렙은 굉장히 낙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갔던 10명이나 되는 정탐꾼들이 가나안 정복을 비관적으로 보았을 때, 백성들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밤새 울었을 때, 갈렙은 가나안 땅을 치자, 우리가 이긴다,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이런 낙관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입니까? 그의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눈으로 무엇을 본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마음으로, 믿음으로 봅니다. 다른 10명은 불신앙의 마음으로 보았고 갈렙은 믿음으로 보았습니다. 10명은 가나안땅의 크고 강한 성읍들과 거대한 백성들을 자신들과 비교하여 자신들이 메뚜기 같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하나님과 비교하여 하나님보다 더 크고 강한 사람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필립스라고 하는 분이 쓴 [Your God Is Too Small](당신의 하나님은 너무 조그마하다)라는 책에서 필립스는 "당신의 하나님은 얼마나 크신 하나님인가?"(How big is your God?)라고 질문합니다. 갈렙에게 이 질문을 했다면 "나의 하나님은 어떤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크신 하나님이시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어떤 소년이 얼굴이 상기되고 땀이 흠뻑 젖도록 있는 힘을 다해 돌을 움직이려 했으나 돌은 꿈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년의 아버지가 "네가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자 소년은 "물론이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는 아직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셈이야. 이 아버지는 충분히 돌을 움직일 수 있는데도 나한테 도와달라는 말을 안했거든."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의 힘과 지혜만 보고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보면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데, 옆에 도와주시려고 계신 하나님을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하니까 자주 낙망하고 힘을 잃고 맙니다.

갈렙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갈렙이 어떻게 이런 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여호수아는 출애굽 이후 모세 곁에서 그의 일을 돕고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목격하며 모세가 시내산에 십계명을 받으러 올라갈 때도 같이 있었지만 갈렙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12명의 정탐꾼 중에서 처음에는 여호수아보다 먼저 두려워하는 백성들을 믿음으로 격려했습니다. 그는 원래 유대인이 아니었지만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모셨고 의심없이 믿었습니다. 이것은 큰 은혜입니다.
갈렙의 하나님은 갈렙의 하나님만이 아니십니다. 나의 하나님이시기도 합니다. 팡세를 쓴 파스칼이 하루는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하나님도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파스칼은 팡세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그리고 나의 하나님." 우리에게도 이런 고백이 있습니까?

갈렙에 대해서 14장에 "온전히 좇았다"고 반복하여 표현되고 있습니다.(8,9,14절) 온전히 좇았다는 말은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했다는 뜻입니다. 갈렙이 정탐꾼으로 뽑혔을 때 나이 마흔 살이었고 여호수아 14장에 이를 때 여든 다섯 살, 45년 동안 한결같이 하나님께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모세의 후계자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노릇을 했던 여호수아와 비교해 보면 그는 지난 45년 동안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여호수아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크심을 말했던 그였지만 그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성경에 별로 언급이 없습니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요, 여호수아 못지 않은 지도자로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중심에 있지 않았고 여호수아처럼 성경을 기록하지도 않았고 그에 대해서 여호수아처럼 성경 다른 곳에 많이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중 하나가 외로움,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연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연을 해서 자기 뜻을 펼쳐야 합니다. 주연을 맡을 때는 열심히 하지만 조연을 맡으면 성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조역으로 만족한 사람, 죽도록 충성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한 때 죽을 정도로 열심을 내다가 어느 날 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자기를 여호수아처럼 써주시지 않아도, 백성들의 주목을 덜 받아도 평생 하나님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의 변함없는 믿음, 온전히 하나님을 생애 마지막까지 좇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본문에 있습니다. 갈렙은 여호수아에게 45년 전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약속하셨던 헤브론을 기업으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12절). 그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마음에 두고 45년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산지를 주면 그는 나를 지금까지 살아있게 하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곳에 살고 있는 아낙 자손을 다 쫓아내겠다고 했습니다(11,12절). 헤브론에는 아낙 자손 가운데서도 가장 큰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그곳을 달라고 했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갈렙에게 헤브론을 주었습니다(15:13).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 사람들을 다 쫓아내지 못하고 남겨둔 성읍이 있었으나 갈렙은 나이 85세였지만 45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헤브론에서 아낙 자손을 완전히 없앴습니다.(15:14) 그는 그야말로 죽기까지 충성한 것입니다.

이런 갈렙의 변함없는 믿음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15장 16-17절을 보면 갈렙은 기럇세벨까지 치고 싶었습니다. 자기 땅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갈렙은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가진 사람을 사위로 삼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갈렙의 조카였던 옷니엘이 그렇게 했습니다. 이때 유대인들은 친족 사이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조카를 사위로 삼았습니다. 딸이었던 악사, 그녀도 아버지의 뜻을 따랐습니다. 그 아버지의 그 딸입니다. 또 옷니엘은 나중에 여호수아가 죽고 난 뒤에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사사가 되어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평화롭게 다스렸습니다(삿 3:11) 이것을 보면 갈렙 주변에 있던 가족들이 갈렙의 믿음을 본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영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깡패 집단이나 정치하는 사람들 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고 자기를 따르게하여 의도적으로 자기의 뜻을 이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흔히 하는 말로 보스에 지나지 않는 참된 지도자가 아닙니다. 영적인 지도자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이 단지 자기를 좋아하게 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고 하나님을 좋아하게 만듭니다. 가끔 교회 역사를 보면 교회 안에도 하나님의 뜻을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의 뜻을 펴서 다른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는 지도자는 자기의 뜻을 펴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점을 생각하면 갈렙은 참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인 지도자입니다.

하나님은 구원역사를 이루어 가시는데,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데 갈렙 같은 믿음의 사람을 사용하십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잘 이루어 드리려면 한국 교회 안에 갈렙 같은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하나님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고, 변함없이 끝까지 신실하신 하나님을 사랑하며, 순종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 한영 교회 안에도 갈렙 같은 사람들이 많으면 우리 모두가 어려운 이때에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갈렙처럼 귀히 쓰임 받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갈렙 같은 믿음을 달라고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