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료

노령화 사회와 노인문제 그리고 노인사역

'코이네' 2022. 2. 9. 10:13

노령화 사회와 노인 문제 

 

 

 

1. 시작하는 말 : 우리네 가정의 위기

 

오늘날 우리네 가정에 위기가 직면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위기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버릇이 없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극히 이기적으로 되어 가는 것, 결혼한 젊은이들이 쉽게 이혼하고 부부갈등으로 야기된 결손가정의 자녀문제,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가정에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 즉 아버지는 가장(家長)으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아버지의 자리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유약한 나머지 엄부(嚴父)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고개 숙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나도는 일로 인하여 자식을 사랑으로 돌보는 자모(慈母)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들, 이는 전통적으로 우리네 가정을 지탱시켜준 두 버팀목으로서 아버지와 어머니였는데, 요즈음은 이 두 버팀목(기둥)이 버티고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네 가정의 위기는 갈 곳 없는 노인네들이라고 한다. 평생토록 자식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희망을 걸고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들이 말년에 자식들로부터 냉대 받아 인생의 겨울철을 너무 춥게 지내야 하는 노인네들, 이것이 우리네 가정의 위기라고 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가정해체라고 한다.

이같은 가정해체, 즉 우리네 가정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길을 모색하기 위하여 이번 숭실대학교 제 12회 전국목회자 신학세미나가 내건 주제는 21세기 목회와 가정사역’(family ministry)이다. 그리고 본인이 발제 할 주제는 ‘21세기 목회와 노인사역이다. 앞으로 노인문제는 날이 갈수록 우리가정과 사회 및 국가문제로 크게 부각될 전망이며, 따라서 교회의 목회적인 차원에서 노인사역은 더 이상 변두리의 문제가 아니라 목회의 중심에 자리를 차지해야 할 만큼 목회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21세기 목회의 화두는 어쩌면 노인목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2. 노령화 사회와 노인문제

 

2.1. 노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

 

21세기 인류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가 노령화사회’(aging society)를 거쳐 노령사회’(aged society)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보편적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노령화사회로 진입하였다. 금년 12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 놓은 퇴직연금제 도입을 위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노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23년만인 오는 2022년에 노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노령화사회’, 14%를 넘어서면 노령사회에 각각 접어든 것으로 국제연합(UN)이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노령화사회에서 노령사회로 가는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인 23(2022-1999)은 프랑스 115, 스웨덴 85, 미국 75, 영국과 독일이 각 45, 일본 26년 등에 비해 최고 4배 이상 빠른 것이다.

이토록 한국이 노령화사회에서 노령사회로 가는 길이 빠른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빠른 성장을 이룩한 한국경제성장의 속도와 맞물린 것이며,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빨리빨리라는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노령화사회가 되었으며, ‘노령사회로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인간의 복중에 하나가 오래 사는 것, 장수(長壽)하는 것이다. 이 복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장수하기를 소원하였다. 진시왕은 불로초를 구하기에 갖은 애를 썼고, 오래 살기 위해 건강에 좋다는 식품과 약을 구하기에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 이같은 장수에 대한 인류의 꿈은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지난 20세기를 지나면서 크게 성취되었으며, 21세기는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의 수명이 이전보다 훨씬 연장되어 120세 혹은 200세에 이르기까지 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노령화사회가 가져올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2.2. 노령화(고령화)사회의 노인문제

 

노령화사회의 노인문제는 무엇인가? 노인문제는 보통 네 가지의 고통, 즉 사고(四苦)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빈곤, 질병, 역할상실 및 고독이다. 이는 곧 경제적인 문제와 보건의료문제이며, 여가문제와 정신적인 외로움과 소외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이 네 가지 중 하나만 갖고 있어도 삶이 힘들어지는데 노인의 경우는 이것들 모두를 고루 다 가지고 있든지 혹은 적어도 한가지는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노인들이 감당해야하는 고통은 더욱 큰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 노인 문제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데 있다. 즉 노인이 되면 으례히 그러려니 하고 치부하는 고정관념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노인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결국 노인 자신마저도 해결이나 개선을 포기하도록 만들어 버리고 만다.

 

2.2.1. 경제적인 문제로서 노인의 빈곤

 

우리 주위의 노인들 중에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이도 있고, 또 연금 등으로 노후가 보장된 사람들도 있으며, 또한 자녀들의 경제적 도움으로 노후를 별 어려움 없이 지내는 노인들도 있다. 그러나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내는 노인들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가난하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자식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약간의 용돈을 얻어 쓸 수 있는 형편에 있는 노인들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그것은 그렇지 못한 형편에 있는 노인네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노인들의 대다수는 가난하다. 그것은 노후 생계를 위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노인세대들은 가난하여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노인세대들이 그토록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가난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조기정년퇴직과 노인취업의 어려움, 연금제도의 미성숙(사회보장제도의 부실), 그리고 자녀교육의 과다지출 등으로 인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한 원인들이 되었고, 또한 가족의 노인부양능력의 저하와 노령기의 연장 등이 노인빈곤을 야기 시켜 노후를 가난하게 살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와같은 노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개인 및 가족연금제도의 확충과, 고령 노동자의 정년연장 밑 재취업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개인적으로는 늦어도 중년기부터 본인의 노후를 위한 재산축적이나 연금신탁 등에 가입할 수 있는 소득보장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부가 사회 안전망 구축과 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일이다.

 

2.2.2. 보건 의료문제로서 노인의 질병

 

노인이 되면 누구나 허약과 질병의 문제에 봉착한다. 그러므로 노인의 건강문제는 노후대책을 위한 경제문제와 더불어 노후 생활에 절대로 중요한 요소이다. 고령노인의 건강문제는 질병관리와 의료비지출 문제, 그리고 장기보호대책 등이다.

 

2.2.2.1. 질병관리 : 노화과정에서 오는 심신기능의 약화로 고령 노인들은 퇴행성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고령노인들은 대부분 성인병이라고 하는 당뇨, 고혈압, 중풍, 심장병, , 치매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매일 누워서 지내는 중증장애노인들도 있다. 이들은 집에서나 요양시설(병원, 양로원)에서 가족이나 간병인(간호사)의 수발을 받아 살아가는 의존성 노인들이다. 그러므로 노후의 만성질환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도 예방차원에서 평소 건강관리가 필요하고, 만성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 간호, 재활 등으로 잘 관리하여 심신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2.2.2.2. 의료비 지출 : 노인성질환은 장기간 치료와 요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료비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노인의 건강문제는 바로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며, 노후의 의료비 부담은 노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현재 노인들은 의료보험이 있어도 병원진료비와 입원비의 본인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고액의 의료비 부담이 심각한 경제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은 병원 진료나 입원을 기피하는 경향이다. 이렇게 의료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네들, 이들의 대부분은 또한 자식들의 의료비지원(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노후는 더욱 고통스럽고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성질환을 가지고 죽지 못해 사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 절실하며, 따라서 의료보험제도의 개선이 요청된다.

 

2.2.2.3. 장기보호대책 : 노인의 심신기능의 장애로 남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제가노인이나 시설노인들을 위한 간병 및 수발 등의 장기보호를 위한 인력확보와 노인복지시설(장기보호시설로서 노인병원, 양로원, 요양시설 등)이 확충되어야 한다. 그것은 고령노인들의 부양욕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가족의 부양인력과 기능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또한 장기보호시설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보호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거노인들을 위한 보호시설은 시급하다. 최근 한국사회의 노인문제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직장을 따라 떠나가고 핵가족이 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네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소외감과 외로운 노후를 보내는 자들이다.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서구사회는 고령노인들, 특히 만성질환자들을 돌보는 부양인력과 장기부양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60년대에 한국의 간호사들이 취업 차 독일을 갔는데, 그들은 대부분 노인전문병원이나 양로원에서 노령노인들과 만성질환자들을 수발하는 간호사(간병인)로 일하였다. 이같은 장기부양시설(노인병원과 양로원)은 교회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독일교회는 제가(노인)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을 교회직원으로 채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제가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게 한다. 그들은 정식 간호복과 간호모를 쓰고 다닌다. 이같은 독일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노인사역은 우리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좋은 모범이라 하겠다.

 

2.2.3. 역할상실과 노인의 취업 및 여가선용

 

역할상실은 모든 노인에게 공통적인 문제이다. 역할이란 개인이 그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자기의 임무를 감당했을 때 소속감 내지 정체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런데 퇴직으로 인하여 이 모든 것을 박탈당하게 되며, 이 때 바로 역할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남성의 경우이고, 여성의 경우는 좀 다양하다. 가사권을 며느리에게 넘길 때,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고 이젠 어머니로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없고 텅 빈 집에 홀로 남게 될 때 역할상실을 경험한다. 이같은 역할상실감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지금까지 자기가 수행하였던 임무를 대치할만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발견하지 못할 때, 역할상실의 깊은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노인들에게 있어서 할 일이 없다는 것, 이것이 곧 노인들에게 역할상실감에 빠지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노령기의 역할상실은 노인의 신체 및 정신건강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식욕부진과 스트레스가 쌓이고 무기력해지거나 심지어 사회관계를 끊고 칩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퇴직 후 2-3년 동안에 질병이나 사망의 확률이 높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인들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어떤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30여년 전, 1970년대 중반에 내가 독일에 선교사로 파송 되어 갔을 때, 그 때 이미 독일은 고령화사회가 되어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때만 해도 나에게 노인문제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그 때 독일의 노인세대는 경제적인 것과 보건의료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것은 사회보장제도에 의한 노후생활대책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문제가 된 것은, 할 일이 없다는 것, 그래서 노후에 일거리를 찾는 것과 여가선용을 어떻게 할것인가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사회도 고령화사회가 되고 노인문제를 이야기하는 때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오정, 오륙도, 이태백, 육이오, 삼팔선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조기퇴직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특히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하다. 이들 청년들에게 노후대책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먹고사는 생존문제가 시급하다. 그러므로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선진국가와는 달리, 노인의 빈곤과 질병, 그리고 역할상실 등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여가선용이란 사치스러운 것일지는 모르지만,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여가선용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사회가 노인의 역할상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여가선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2.2.4. 정신적인 문제로서 소외와 고독(외로움)

 

노인의 고독과 소외문제는 위 세 가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인의 소득과 건강, 그리고 노인의 역할이 저하되면서 주위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할 때 노인은 소외감을 갖게되고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젊은 날의 고독은 낭만적일 수 있으나 노령기의 고독은 처량하고 비극적이다. 주위사람들과 인격적인 교제가 힘들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증가하게 되면 노인은 사회와 단절되고 결국 사회적 약자 혹은 사회적 주변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실, 노인문제로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나 건강문제, 그리고 할 일이 없는 역할상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신적인 문제로서 소외감도 고독이다. 이것을 순 우리말로 표현하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고령이 될수록 더욱 심해지며 노인들의 무서운 적이다. 이 외로움은 배우자나 친구들이 하나, 둘 주위에서 사라짐으로 고령노인의 사회적 소외와 심리적 고독으로 더욱 상승된다. 가장 외로움을 타는 시기에 친근한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 줄 벗이 없다는 것이 고령노인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고통스런 일이다.

 

일흔이 다 된 노벨 수상 시인 에모제니오 몬탈레는 자신이 살아온 일생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여섯 살 때 우리는 집짓기를 하고 놀았다.

열 네 살이 되었을 때 우리는 패쌈을 하고 놀았다.

그리고 우리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우리는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우리는 아이들을 가졌고,

서른 다섯이 되었을 때 우리는 히틀러와 뭇솔리니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잿더미 속에서 먹을 것을 구걸해야 했고,

쉰 살이 되었을 때 곧 잘 살수가 있었다.

육십이 되었을 때는 담석증을 앓아야 했고,

그리고 칠십이 된 이제

우리는 우리를 더 이상 우리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친구라고 부르던 우리들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고

그리고 나의 아내도 이미 세상을 뜨고 없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노년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에 의하면, ‘외로움은 정신적인 문제로서 우울증과 소외감, 박탈감과 인생의 허무감, 그리고 후회스러움과 죄책감, 더 나아가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인 문제로서 노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노인문제이다.

 

6남매를 애지중지 키우고 가르치느라 허리가 굽은 어느 노부부가 칠십 고희를 지낸 그 날 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6남매가 건넛방에서 싸움판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은, 어느 한 자식도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부모의 유산에는 욕심을 부리는 싸움판이었다. 70평생을 오로지 자식들만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노부부는 가슴이 아파 오는 외로움을 앓으며, 그 밤을 잠 못 이루었다. 일평생을 사랑해 온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외로움의 병을 며칠 앓다가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뜨셨고, 그 후 일주일이 채 안된 어느 날 새벽 할아버지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병원에서의 진단은 두 분 다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의 진단은 달랐다. 그들은 노부부의 죽음을 동사’(冬死)라고 진단하였다. 어찌하여 그들 노부부의 죽음이 동사(冬死)인가? 그 이유는, 그렇게도 사랑했던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외로움 때문에 두 분의 마음 속에 외로움의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얼어붙게 되었고, 이와 함께 몸도 얼어붙어 결국은 너무너무 추워서 얼어죽은 동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촌노인들의 사망률이 도시보다 2.5배라는 통계가 나왔다. 날마다 노동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사는 농촌노인들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식들을 모두 도시로 떠나 보내고 단 둘이, 아니면 홀로 남은 노인들은 결국 외로움이라는 추위, 외로움이란 혹한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겨울은 계절따라 찾아오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 외로움이란 추운 겨울은 오뉴월 삼복더위에도 찾아온다. 외로움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마음 속에 쌓이는 살얼음이다. 외로움이란 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 나를 떠나 버릴 때 내 마음 속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다. 외로움이란 꼭 엄동설한의 한 겨울 같아서 외로움의 늪 속에서 허우적 대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꽁꽁 얼어 붙고만다. 마음이 얼면 곧 몸도 언다. 그 다음은 죽음이다. 이토록 얼어붙은 마음의 뿌리는 외로움이다.

이렇게 정신적인 문제로서 고독과 소외, 즉 외로움은 노인문제에서 그 어느 것보다도 크게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우리 교회가 목회적인 차원에서 그 어떤 문제보다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목회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노인사역에서 교회가 할 일이란, 경제적인 문제나 보건의료 문제나, 역할상실의 문제보다는,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하겠으며, 어쩌면 이 일은 목회적인 차원에서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출처 : 김종렬 ' 21세기 목회와 가정사역-노인사역(목회)을 중심으로-' 숭실대 목회자 신학세미나.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