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자료

[십자가 예화] 사순절에 꼭 읽어야 할 동화 진홍가슴새의 비밀

'코이네' 2014. 4. 4. 23:11

여성으로서 최초로 노벧 문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라게를뢰프, 그녀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녀가 쓴 동화 "닐스의 이상한 모험"은 이미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가  동화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 작품이 바로 "진홍가슴새의 비밀" 입니다. 사순절,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동화입니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도 꼭 새겨야 할 이야기라 여기 소개합니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하나님의 세상을 처음 만드실 때의 일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어린 모습으로 만물을 만드시고, 그러다가 해질 무렵 갑자기 생각난 듯이 조그만 잿빛 새를 만드셨습니다. 새가 완성되자 하나님은 새에게

"네 이름은 '진홍가슴새'란다~"

진홍가슴새는 자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맑은 호수에 비춰진 새의 모습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가슴 쪽에 붉은 색 하나 없는 쟂빛 뿐이었습니다. 진홍가슴새는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슬픈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왜 내 이름을 '진홍가슴새'라고 하셨을까? 어쩌면 하나님께서 깜빡 잊으셨는지 몰라."

이렇게 생각한 새는 하나님께 다시 날아갔습니다.

"저는 부리에서 꼬리까지 전부 잿빛입니다. 제 몸엔 진홍털이라곤 한개도 없는데, 왜 '진홍가슴'이라는 이름을 주셨나요?"

작은 새는 제 풀에 서러워져 그만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은 진홍가슴새를 가만히 바라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홍가슴새'라 정했으니 네 이름은 진홍가슴새다. 그렇지만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도 붉은 털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손을  높이 들어 다시한번 그 작은 새를 세상에 날려보냈습니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작은 새가 어떻게 하면 붉은 털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진홍가슴새는 찔레꽃이 핀 가시덤불 속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혹시라도 찔레꽃 잎에 떨어져 가슴을 붉게 물들여 줄지도 모르니까요.

그 날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흘러서 이윽고 역사에 길이 기억될 새로운 날이 찾아왔습니다. 그날 아침, 예루살렘 변두리의 작은 산에 살고 있는 진홍가슴새는 우거진 풀숲 둥지에서 아기 새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목소리를 듣고 그 손에서 파르르 하늘로 날아간 시조새 이후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훌륭한 선조님들이 그리 열심히 노력하셨는데도 이루지 못한 걸, 너희들이 어찌 할 수 있겠니?사랑하는 것, 노래하는 것, 용기를 갖는 것 말고 또 무슨 방법이 있지?"

그 때, 어미 새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잿빛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예루살렘 성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진홍가슴새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말탄 장교가 보였습니다. 창을 든 군인들도 몰려왔습니다. 망치와 커다란 못을 든 관리가 뒤따르고, 으스대며 걸음을 옮기는 제사장도 있었습니다. 흐느껴 우는 여인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 뒤에 소란스럽게 뒤따라오는 불량배들과 소리지르며 달려드는 구경꾼들도 있었습니다.

진홍가슴새의 비밀




새끼들은 어미새의 날개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오직 망치소리와 고통에 찬 신음소리 그리고 무자비한 외침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 사람들은 정말 잔인하구나! 저 사람들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한 사람 머리에는 가시관까지 씌웠구나."

어미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가시에 찔린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네, 저 사람은 대체 누구기에, 저리도 고통을 받으면서도 저토록 의연한 걸까?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누구도 저 사람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은데...저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심장이 찟어지는 느낌이야."

어미새는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 한없는 동정심이 일어나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 내 비록 보잘 것 없는 작은 새지만 괴로움을 당하는 저 불쌍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거야."

어미새는 둥지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날개를 펴고 십자가에 달린 사람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진홍가슴새는 한 번도 사람들 옆에 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낸 어미새는 가시관을 쓴 사람에게로 날아가 이마에 박힌 가시를 자신의 부리로 힘껏 뽑았습니다. 가시를 뽑는 순간, 그 사람의 피 한방울이 어미새의 가슴에 떨어졌습니다. 핏방울은 점점 번지더니 진홍가슴새의 짧고 부드러운 가슴털을 흠뻑 물덜였습니다.

그때. 가시관을 쓴 사람이 입술을 움직여 어미새에게 가만히 속삭였습니다.

"네 착한 마음씨로 너의 조상들이 세상 첫 날부터 구하던 것을 이제 얻을 수 있게 되었다.너부터 그것을 얻게 될 것이다."

어미새는 그말씀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그저 슬픈 마음만 안고 새끼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갔습니다. 어미새가 둥지로 돌아오자 아기새들이 어미새를 보고 쫑알거렸습니다.

"엄마 가슴이 빨갛게 되었어요. 가슴이 들장미꽃보다 더 붉어졌어요!"

" 그 불쌍한 사람의 이마에거 떨어진 핏방울이란다. 시냇물이나 맑은 샘물에 닦으면 지워지겠지."

어미새는 곧 샘으로 날아가 맑은 물로 핏방을 자욱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닦아도 가슴에 묻은 붉은 색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아기 새들도 자라면서 가슴의 털이 피처럼 붉게 빛났습니다. 그 후부터였습니다. 모든 진홍가슴새의 목과 가슴은 지워지지 않는 진홍 빛을 띠게 된 것이 말입니다.

진홍가슴새

 

셀마 오틸리아나 로비사 라겔뢰프(Selma Ottilia Lovisa Lagerlöf, 1858년~1940년)는 스웨덴 작가이다. 그녀는 스웨덴 베름란드에서 태어나 북구의 특유한 풍토 속에서 자랐으며, 소녀 시절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 나갔다. 스톡홀름 근교(近郊)의 여학교 교사시절에 쓴 <예스타 베를링 이야기>(1891)가 현상소설에 당선하면서부터 문단에 데뷔했고, 이어서 <보이지 않는 고삐>(1894), 그리고 왕실로부터 장려금을 받아 외국 여행을 한 성과로서 <반(反)그리스도의 기적>(1897)이나 <예루살렘> 2권(1902)을 저술했다. 이 작품은 농민의 신앙과 향토애와의 상극(相克)을 그린 대작이며 <늪가 집 딸>은 가난한 처녀의 선의와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고 또 영화화되어 유명해진 <환상의 마차>(1912) 등 우수한 중편도 있다.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모성적인 깊은 애정은 이 밖에도 많은 작품을 낳게 했다. 소년소녀용으로는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 유명하다. 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마음 아파하면서 1940년 3월 고향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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