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료

목회자들이 직면하는 목회 현장의 어려움

'코이네' 2014. 11. 30. 12:50

목회자들이 직면하는 목회 현장의 어려움

-구춘서 교수(한일장신대) 

 

한국교회에 혼란과 고통을 가져오는 이단과 사이비 집단이 교회를 혼돈에 빠뜨리고 교인들을 현혹시키는 문제는 과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도 많은 이단 사이비 집단이 득세하면서 한국 교회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이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이단, 사이비 집단의 교주의 생애 그 추종자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잘못된 교리의 내용, 이들 세력의 크기와 분포, 그리고 이들에게 당한 한국 교회의 피해 사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런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많은 교인들이 현혹되어 가입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고 이들이 이단 사이비 집단에 현혹되어 가는 원인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에 현혹되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목회자들의 심리적 역동성에 대해 입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이루어진 분석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건전하지 못한 이단 사이비성이 농후한 주장들에 대해 목회자들이 왜 현혹되고 또한 이들 목회자들에 의해 동원된 교인들이 어떻게 이런 사이비적인 주장들을 받아들이고 재생산해 내는지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교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회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그램들에 주목하면서 왜 이런 프로그램들이 한국 목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중첩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대사회적 영향력 감소, 한국교회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비난과 냉소적인 소문들, 이에 영향을 받은 교인들의 지속적인 예배 참석률 감소, 교인들의 신앙생활에서의 역동성의 급격한 저하 등 한국교회의 건강에 적신호가 담긴 진단 결과들이 속속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목회를 감당해야 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빠르게 다원화, 세속화되어 가는 사회 분위기에 때문에 이전에 누리던 권위가 급격히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서 더욱 위기를 맛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각종 매스컴에서 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는 것에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이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의 또 다른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한국목회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갖가지 이단과 사이비집단이 발호하면서 교인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교회를 흔드는 사실이다. 교회에 충성스럽게 봉사하는 교인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단세력의 은밀한 지령을 받고 교회에 들어와 암약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 목회자는 물론 많은 교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된 것은 이런 사정을 잘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여러 이단과 사이비들 집단들이 나서서 한국교회의 목회 현장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목회자들은 지속적으로 교회를 안정시키고 교회를 성장시켜야 하는 부담을 혼자 떠안고 있다. 당연히 교회를 지키고 바른 신앙생활을 인도해야 하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더욱 피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목회자들은 목회 현장에서 또 다른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다. 그것은 목회자의 권위 상실의 문제와 교인들과의 갈등의 문제이다. 길선주 목사가 유고에 남긴 기록은 우리가 오늘날 목회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견주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는 은진 미륵이 석공의 망치질을 못 받아들였다면 어찌 걸작품으로 태어났겠느냐고 물으면서 목회자들이 갖는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목회자가 갖는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1. 외쳐도 듣지 않고, 2. 학식이 있으면 학식 자랑한다고 하고 3. 학식이 없으면 무식장이라고 하고, 4. 신령하면 신비주의의 미신자라고 하고, 5. 일을 잘하면 사회객이라 하고, 6. 인자하면 우유부단자라 하고, 7. 엄격하면 압제자라 하고, 8. 관청 교섭을 잘하면 행세객이라 하고, 9. 교제에 서투르면 멍텅구리라 하고, 10. 노숙한 즉 노폐물이라 하고, 11. 청년인즉 경박하다 하고 12. 성경만 가르치면 완고하다고 하고 13. 지식을 말한 즉 신령하지 않다고 한다.

 

오래 전에 목회한 길선주 목사가 나열한 목회자의 어려움은 오늘 우리가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상세한 분석이다. 이런 어려움은 한국교회의 목회자들만이 갖는 것은 아니다. 역시 꽤 오래된 책이지만 미국의 월리엄 흄(William E. Hulme)은 『목회자들의 어려움』(Your Pastor's Problems) 이라는 책에서 제랄드 케네디 감독(Bishop Gerald Kennedy)이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목회자들에 대해 하는 말을 젊은 목회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전식으로 모아 발췌한 것을 나열하고 있다. 다음은 그 가운데 몇 가지이다.

 

그는 영적인 지도자야 (그는 결코 나를 휘저어 놓지 않아)

그는 정치를 강단에 불러들이고 있어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

그는 불그레 해 (그는 기득권을 공격하고 있어)

그의 입장은 교회를 어렵게 할거야 (우리 기존 교인들은 기분이 상하고 있어)

나는 교회에 남아 있지 않겠어 (내 맘대로 못하면 교회를 떠나는 거지 뭐)

그의 목회는 성공적이야 (예산이 초과 달성되었어)

그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그는 예수님처럼 하려고 해)

적어도 그는 좋은 목회자이잖아 (그의 설교는 별로야)

전교인들이 분노하고 있어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문제를 만들거야!)

 

이렇게 목회 환경은 나날이 어려워져 가는 가운데 목회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점점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목회자는 리더인가? 제사장인가? 목회자들은 상담가인가? 개교회 목회자가 갖는 세 가지 종류의 어려움을 사례로 보고한 뒤 미국 교회의 자문역을 오래 감당한 앤더슨과 얼 존스(James D. Anderson, Ezra Earl Jones)는 다음과 같은 목회자의 어려움을 나열하고 있다.

 

그들은 예언자, 제사장, 그리고 교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교인들에게 해석해 주어야 할 책임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죄와 실존적인 문제를 하나님께 갖고 가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교인들에게 순종을 가르쳐야 하면서도 그들의 고통을 위로해야 한다. 그들은 교인들이 이 세상의 여러 인간적인 필요를 위해 몰두할 때 이 세상의 관심보다 하늘의 것을 찾으라고 도와야 한다. 목회자들은 교회의 활동에 많은 혁신을 가져오려 하면서도 교회와 지역의 전통을 민감하게 의식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은 모든 지역의 목회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목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목회자의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가운데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갖가지 수단을 도입하여 교회를 성장시켜야 할 기업의 CEO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는 새로운 책임을 갖는다.

 

이제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은 예배를 주관하고, 목회 상담을 실시하고, 성서를 해석해주며, 교회 교육을 담당하고, 교회의 친교와 선교를 주도하는 전통적인 목회자의 역할 외에도 교회를 책임지고 성장시키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기업의 CEO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과도한 압력 가운데 우리 목회자들은 무리하게 교회를 성장시키려다 보니 원하지 않게 교회 안팎에 물의를 일으키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가운데 무리수를 두게 되고 이러한 가운데 이단이니 사이비성이니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권위 상실의 문제, 정체성의 혼란, 교회 성장의 책임과 같은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을 2007년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연구세미나집에 수록된 것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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