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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0대에 가장 중요한 것

'코이네' 2022. 2. 9. 10:24

** 50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이철 칼럼-

 

 

 

배가 고프면 점심때고 해가 지면 저녁때다.

시계가 없어도 사람은 주변의 변화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안다.

그러나 한가지 이해하기 곤란한 것은 인간은 자신이 나이 먹는데 대해서만은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0011231일의 나와 200211일의 나는 뭐가 다른가, 달라진 것이 없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삼단논법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나는 늙지 않았다. 고로 세월이 흘러도 나는 늙지 않는다 

 

이것이 삼단논법에 빠지는 함정이다. 언듯 들으면 그럴듯한 괴변이다.

세월은 가는데 자신은 늙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이 함정에 빠진 케이스다, 나는 안 늙었는지 몰라도 남이 나보고 늙었다고 말하는데는 별도리 없는 법이다, 나이의 속성이다.

 

공자도 자신의 늙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싫어한 흔적이 보인다.

어떤 사람이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분입니까 라고 물었다, 자로는 갑작스런 이 같은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

자기 스승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야기를 전해들은 공자는  , 이렇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을, 공자라는 사람은 학문이건 일이고 한번 열중하면 식사도 잊고, 근심걱정도 잊으며 나이가 들고 늙은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이야  .

 

공자는 나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한 현인이다.

 

 40 이면 불혹이요, 50 이면 지명이요, 60에 이순이라.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40 대는 남녀 모두 유혹의 계절이다. 일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40 대가 비교적 많다.

 

공자가 표현한 나이 중에 50세와 60세에 대해서는 그가 정신분석학자적인 경지에 이르렀음을 엿 볼 수 있다. 50세가 되면 자기의 한계를 알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60세가 되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무슨 소리를 들어도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인데 폐부를 찌르는 말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나이가 몇 살일 때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50대라고 대답하고 싶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늙은 젊은이, 젊은 노인이다.

 

따라서 어떤 때는 자기가 젊어 보이는 것처럼 착각도 되고 어떤 때는  내가 늙어 가는구나  하는 실망에 빠지기도 하는 나이다. 말하자면 박쥐 나이고 양다리 걸치는 나이다. 때문에 인생에 대해 정신적인 갈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또 판단이 헷갈려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 쉬운 것도 50대다.

 

여성들은 50대인데도 자신이 아직 젊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들은 직장에서나 사업에서나 밀려나기 시작하는데도 계속 자기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장수시대가 열린 오늘의 노인은 인생의 3분의 1을 더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으며 그 청사진을 된 때가 50대다. 직장, 취미, 음식, 친구관계, 심지어 집을 떠나는 자녀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걸쳐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다. 꿈 깨야 되는 나이고 모든 가치가 젊음에 맞춰져 있는 세계에서 탈출해야 할 처지고 인생을 재출발할 수 있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