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료

사람을 낚는 어부, 이보다 더 좋은 번역이 있다면?

'코이네' 2019. 3. 24. 01:36

사람을 낚는 어부...

(마태복음 4:19; 마가복음 1:17)


예수님은 제자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부르실 때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씀하신다. (마4:19, 막1:17)


왜냐하면 그들이 어부였기 때문이다. (비유)

그러나 사람을 "낚는" 어부 라는 이 말이 현대에 그리 썩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낚는다"는 말은 보이스"피싱", "피싱"사이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럴 듯 하게 위장하여 사람을 속여 넘기는 일에 자주 쓰이기 때문이다. 흔히 청소년들이 "낚였다"라고 말할 때, 속았다는 말로 쓰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낚시라는 것은 물 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럴 듯한 미끼(진짜거나, 혹은 진짜처럼 만들어진 것)를 가지고 유혹하여 한번 찔리면 다시는 빼기 어려운 미늘(낚시)로 낚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낚시로 잡아 올린 물고기는 크게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낚시는 제대로 해본적이 없어서...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사람 낚는 어부"라는 말은 사람을 잘 속여 넘기는 사람이라는 말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꼭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전도자들이 사기꾼 같다는 느낌을 줘버리는 명칭이다.
(국어사전의 낚시의 네번째 뜻은 "이득을 얻기 위하여 다른 이를 꾀는 데 쓰는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는 "사람 낚는 어부"라는 말이 그리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로 베드로 및 야고보, 안드레가 낚시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낚시꾼이 아니라 어부이다.
낚시는 넓은 의미로는 방법에 상관없이 고기를 잡는 모든 행위를 말하지만, 좁은 의미, 혹은 관용적인 의미에서는 "물고기를 낚싯줄에 매단 낚시에 걸어서 잡는 행위"를 말한다. 제자들이 그물을 씻고 있었던 것을 보면 낚시꾼이라기보다 어부가 맞다. 어부는 고기를 낚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주로 "잡는 사람"이다. 결국 고기를 잡아서 팔거나 먹거나 하는 것은 같을 수 있지만 "낚는 것"과 "잡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들은 고기들이 다니는 길을 파악하여 그물을 던지는 어부였다. 물론 미끼 같은 걸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낚시(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작은 쇠갈고리)를 가지고 낚는 것과 그물을 가지고 잡는 것은 다르며, 무엇보다 상당한 어감 차이가 있다.


두번째로 성경해석에 있어서 "낚시" 혹은 "낚다"라는 말이 꼭 들어가야 되는가? 하는 것이다.
마태복음 4장 19절의 "사람을 낚는 어부"(개역개정) 라는 구절의 헬라어는 "ἁλιεῖς ἀνθρώπων"(BGT)라고 기록하고 있다. 직역하면 "어부, 사람들의(소유격)" 이며 영어번역은 "fishers of men"(NIV, KJV, NASB)이다. 물론 이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낚는다"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참고로 "fishers of men"은 숙어로서 복음전도자를 지칭할 때 흔히 사용된다. 따라서 영어성경에서는 아마도 "속인다"라는 어감은 덜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번째로는 누가복음의 해석이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은 똑같이 "사람을 낚는 어부"(개역개정)라고 썼다. 그러면 같은 공관복음인 누가복음은 어떻게 기록하였을까? 누가는 이 사건을 조금더 상세히 기록한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배 위에서 말씀을 전파하신 일과 베드로의 고백까지 함께 기록하면서 말이다. 눈여겨 볼 것은 마태,마가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기록한 말을 " 누가가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눅5:10)"고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취하리라"에 해당하는 헬라어 단어 "ζωγρῶν (ζωγρέω)"의 뜻은 "낚는다"와는 다른 어감, 아니 전혀 다른 뜻을 가진 "capture alive"이다. 같은 단어가 분사수동태 형태로 디모데후서 2:26에 한번 더 사용되었다. "그들로 깨어 마귀의 올무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사로잡힌 바 되어(ἐζωγρημένοι) 그 뜻을 따르게 하실까 함이라" 누가가 취하다라는 말을 소유를 나타내는 그 흔한 "람바노(λαμβάνω)"를 쓰지 않고, 신약에 딱 두번 쓰인 "ζωγρέω"를 사용한 것은 분명 중요하다. 취하되(사로잡되) 그 목적은 살리기위해(하나님이 뜻을 따르기위해) 취하는 것이다. 또한 디모데후서 2:26에 따르면 낚시를 하는 것은 마귀들이다. 그들은 올무(낚시,미끼)를 가지고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복음전도자 혹은 목회자는 마귀의 올무에 걸린 사람들과 성도들을 하나님께 사로잡히게 하여 생명을 얻도록 한다.


나는 사람을 "낚는" 어부보다 사람을 "잡는 어부"가 약간 낫고, 사람을 "취하는 어부"라는 말이 훨씬 좋다.
그러나 성경 본문 그대로 "사람들의 어부"라는 것 이 제일 좋다. 약간 설명이 부족해보이지만, 본문 그대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어부"는 사람을 취하기는 하는데, 적당한 미끼를 던져서 낚시로 낚아 올려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것이 아니라(사기를 쳐서 피해를 주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마귀의 올무에 있는 사람을 거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참 생명을 주는 (참 생명이신 하나님께 사로잡히게 하는) 어부이다. 이전엔 바다에서 살아야하는 물고기를 잡는(생명에서 죽음으로) 어부였다면, 이제는 죄와 사탄에 사로잡혀 죽을 수 밖에 없는 자를, 하나님께 사로잡혀 생명을 얻게 하는(죽음에서 생명으로) 사람을 취하는 어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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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아이들의 언어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 문화 속에 있는 젊은이로서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말에 슬금슬금 거부감을 느끼게된다. 생명을 얻고 더욱 풍성히 얻게하는 기독교를 꼭 사기꾼마냥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이 명칭이 더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물론 명칭이라는건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덥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도의 사명을 감당하는 전도자들에게 "낚는다"라는 부정적인 용어를 꼭 사용해야할까? 계속 이런 저러한 고민을 하다가 누가복음의 "취하다"라는 단어에서 참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사람을 낚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취하는(하나님이 취하도록 하는), 살리는 존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