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료/누가복음

[눅13:6] 농부의 마음

'코이네' 2021. 4. 20. 21:58

 

농부의 마음

신명기11:13-17 누가복음13:6-9

 

우리는 지금 1999년도 제52주요, 이해의 마지막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천년을 마감하고 새천년을 시작하는 해라고 해서 모두들 흥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라고 하면 꽤 절박하게 생각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 어떤 때나 마지막이 아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19991231일은 마지막 시간이고 1999913일은 마지막 시간이 아닌 줄 아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항상 다시 붙들 수 없는 마지막 시간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어느 시간도 옛 시간의 반복이 아닙니다. 언제나 새 시간을 마지막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잊은 채 매일 똑같은 시간을 사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거나, 마치 또 한번 살 수 있는 것처럼 아무렇게 사는 것은 어리석은 삶의 태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들은 참으로 인생을 귀중히 여겨야 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값있게 써야 합니다. 한해 한해는 그냥 지나가는 날들이 아닙니다.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여러분의 흔적으로 채워져 간 날들입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은 결코 무심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그저 반짝하고 사라져 버린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달란트 같이 하나님 앞에서 계산해야할 시간들입니다.

 

한 농부가 포도원 옆에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매년 혹시나 열매가 열리려나 하고 보고, 또 기다리고 또 보았지만 열매는커녕 잎파리만 무성하여 지력만 소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기를 삼 년이 지나갔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와서 말씀합니다. ‘이 쓸데없는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게! 삼 년이나 기다렸건만 아무 소용이 없질 않는가!’ 그때에 농부가 대답합니다. ‘올해도 그대로 두소서. 깊이 파고 거름을 주어 내년에 한번 더 키워보겠습니다.’

한 해의 농사를 마친 농부--마치 한 해를 마감하는 우리 마음 같기에 주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비유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어떤 마음을 기뻐하시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농부를 왜 귀중히 여기셨는지를 보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첫째, 하나님은 작은 것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뻐하십니다.

포도원에 한그루 무화과 나무는 별로 소중한 나무가 아닙니다. 더구나 열매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나무는 더더구나 별 볼일 없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이 농부는 그 한 나무도 귀중히 여겼습니다.

충성이란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작은 달란트를 귀중히 여기시기 바랍니다. 작은 변화도 감사히 여기시기 바랍니다. 작은 축복도 기쁘게 영광돌리기 바랍니다.

요셉의 위대한 점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귀중히 여기면서 그것들을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 했다는데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작은 것에 충성하지 못하여 주인으로부터 책망을 받았습니다.

 

둘째, 하나님은 실패했으나 다시 일어서는 마음을 귀중히 여기셨습니다.

이 농부는 실패하였습니다. 삼년이나 무화과를 가꾸었지만 아무 열매를 맺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으로부터 책망을 들은 것입니다. 그러나 책망 받은 이 농부는 아무런 변명이 없습니다. 자신의 지금까지 땀흘려 가꾸며 수고한 것에 대해 아무런 항의도 없습니다. 다만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결단이 있을 뿐입니다.

실패에 대하여 두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4년간의 일차 목회를 마치고 교회를 옮기려 할 때에 마침 한 선배 목사님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당신이 목회하던 곳을 소개 하면서 와서 목회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에 나는 첫 목회의 과정에서 많은 수모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낙심스러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목사님께 대답하였습니다. ‘목사님, 저는 목회에 실패하였습니다.’ 그 때 그 목사님이 나에게 말씀하였습니다. ‘걱정하지마, 나는 항상 실패하며 사는걸, 예수님도 실패 하셨잖아!’ ! 예수님도 실패 하셨다...! 삼 년을 가르쳤어도 제대로 된 제자 하나 없이 바로 그 제자의 손에 팔려 가신 예수님의 실패! 물론 이것은 하나님의 큰 구원의 계획속에 있는 것이었지만 그 순간 그 대목만은 인간적으로 실패의 모습이셨습니다. 그 선배목사님의 말씀은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에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큰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성공 이야기 보다 예수님의 실패이야기, 아브라함의 실패 이야기, 다윗의 실패 이야기, 베드로의 실패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바로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서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요, 또 그 실패를 통해서 성공을 이룬 그 분들의 믿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믿음과 삶의 태도에서 가장 나쁜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낙심입니다. 낙심은 다시 일어날줄 모르고 실망과 패배속에 빠져버리는 마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부활의 정신으로 항상 다시 일어나는 결단의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은 소망 중에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을 기뻐하셨습니다.

이 농부는 주인 앞에 자신의 굳은 결단을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두루 파는 것은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마음의 상징입니다. 대충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속속 깊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하겠다는 결단의 표시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거름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이 마지막 주에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은 나의 삶과 믿음에 거름을 주는 소망의 태도일 것입니다.

믿음은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깊이 파고 갈아엎어 영혼의 밭에 거름을 주는 것입니다. 새김질하는 고기만 먹으라고 하심같이 허겁지겁 세상을 살다가도 주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자신의 삶을 되새김질하는 삶, 자신의 시간들을 되새김질하는 생활,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주님, 돌이켜 보니 이것은 잘 못되었군요. 주님, 이것은 못 먹을 것을 먹었습니다. 주님, 이것은 그래도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주님, 다음 번에는 잘 골라서 먹겠습니다.’ 이것이 깊이 파고 소망중에 거름을 주는 성도의 마음입니다.

성경에서 때는 두 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노스(Χρονος)--이런 시간은 밥먹을 때, 잠잘 때, 일할 때, 등을 가리키는 일상적인 시간들입니다. 또 하나는 카이로스(Καιρος)--이것은 특별한 시간, 하나님의 시간, 구원의 시간, 결정적인 시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때가 찾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가1:15)

이제는 자다가 깰 때요.........’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 속한 것이니.....’

이것은 모두 특별한 시간을 가리키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일상적인 시간으로 보면 마지막 주일을 보내고 있지만 무심하게 생각하면 그저 똑같은 한 주일을 보내고 있는 것에 불과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마지막 시간을 하나님의 시간, 회개의 시간, 결단의 시간, 거듭남의 시간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 사람에게 이 시간이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시간속에서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특별한 시간인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 이 해의 마지막 주일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 농부의 마음을 가집시다. 내게 주어진 작은 것들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 비록 생각대로 성취되지 못했으나 다시 시작하는 마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 결단으로 두루파고 거름을 줌으로서 미래를 개척하는 마음, 이것이 농부의 마음입니다.

새 결단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